최근 방송인 허지웅씨가 림프종을 진단 받아 이슈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접하는 위암, 폐암, 간암이 아닌 혈액암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혈액암, 특히 림프종의 발생은 결코 드문일이 아닙니다. (위암은 인구 10만명당 55명) 그래서, 오늘은 림프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림프절, 림프관
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흔하게 “편도선이 부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편도는 림프절(lymph node)의 일종입니다. 그렇다면, 도데체 이 ‘림프절’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할까요?
림프절은 전신에 분포하는 면역기관의 일종으로, 내부에 림프구 및 백혈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림프절은 특히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구멍 부위에 많이 모여 있으며 크기는 수㎜~2㎝ 정도입니다. 각 림프절은 림프관에 의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림프절을 림프관의 합류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온몸에 약 800개 정도가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 녹색 점들이 '림프절'이며, 연결된 녹색선이 '림프관'입니다.
림프절에 있는 림프구(lymphocyte)가 병원체를 발견하면 싸움을 시작하며, 이 부위에 부종과 열이 발생합니다. 만약 림프구가 병원체와의 싸움에서 지면, 병원체가 전신을 순환하고, 병이 발생합니다.
림프관(lymphatic vessel)을 조금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보통 심장에서 나온 동맥혈은, 모세혈관으로 흘러가서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동맥에서 모세혈관으로 간 혈액 중 일부는 모세혈관으로 돌아가지 않고, 사이질액(간질액, interstitial fluid)을 이루는데, 이 사이질액을 모아 혈관으로 되돌리는 것이 림프관의 역할입니다. 이러한 림프관은 혈관 주위를 따라 주행하고 있습니다. 말단에 펼쳐진 모세림프관(lymphatic capillary)에서 시작하고, 합류해서 점차 굵어집니다. 마지막에는 1개의 관이 되며, 목 부근의 정맥각(venous angle)을 통해 흘러들어갑니다. 이후 팔다리정맥, 위대정맥을 통해 여정을 이어갑니다.
림프관 안에는 흡수된 사이질액, 즉 림프액(lymph)이 흐릅니다. 림프액에는 오래된 세포나 혈구잔해 등을 포함한 혈장,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병원체, 독소, 노폐물 등을 여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림프절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조직이 몸 안에 있는데, 이를 림프조직(lymphatic tissue)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흉선(thymus), 비장(spleen)입니다.
2) 림프구와 림프종
감기에 걸렸을 때 편도가 붓는다고 말씀드렸는데, 목구멍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응해서, ‘B림프구’등의 백혈구가 증식하기 때문이지요. 림프구(lymphocyte)는 항체를 만들어 항원을 물리치는 B림프구(체액성 면역), 세포독성 물질을 분비해 항원을 물리치는 T림프구(세포성 면역), 다양한 표적 세포에 비특이적인 독성 작용을 하는 자연살상세포(NK세포)로 구성됩니다.
림프종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면역세포의 발생과 성숙과정에서 여러 후천적 요인에 의해, 림프조직 세포들이 무한 증식해 암으로 바뀌게 되는 질환입니다. 림프종은 조직검사에서 리드-스턴버그 세포(RS세포) 유무에 따라 크게 '호지킨림프종'과 '비호지킨림프종'으로 구분합니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다시 림프구의 기원에 따라 'B세포 림프종'과 'T세포 림프종'으로 나뉘고, 그 아래에 수많은 아형이 존재합니다. 참고로, 비호지킨 림프종의 85%는 B세포에서 유래합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에이즈 환자인 경우, 고령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유형의 림프종은 헬리코박터균, 엡스테인-바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어 제균제나 항생제 사용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3) 림프종의 증상
림프종 세포들이 림프절에 모여서 증식하게 되면, 림프절이 커지게 됩니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와 같이 피부 가까이 존재하는 부위에서 림프종이 발생하는 경우, 커진 림프절이 종괴의 형태로 만져져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림프종으로 인해 커진 림프절은 만졌을 때 대개 통증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체내 깊은 곳에 위치해서 만져지지 않는 림프절 혹은 림프조직에서 림프종이 발생할 경우, 주변조직 및 장기에 영향을 줌으로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강 내 림프종은 복통,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계 증상이 발생하고, 흉강 내 림프종은 호흡곤란, 기침등의 호흡기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외 발열, 오한, 체중감소, 주로 밤에 발생하는 식은땀 등도 림프종이 악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림프종의 진단
뚜렷한 감염이 없는 경우임에도 불구, 2주 이상 지속되는 '림프절의 통증성 비대'가 확인되면, 림프종을 의심합니다. 위 그림의 'B증상' (열, 식은땀 체중감소)이 동반된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감기나 일반적 감염으로 인한 일시적 림프절의 비대는 전형적 림프종이 아닙니다.
위의 CT는 식도에 생긴 'B세포 림프종'입니다. 노란 화살표가 가르키는 덩어리가 림프종입니다. 이와같이, 흉부X-ray나 CT를 통해 흉부나 복부 내 림프절 비대를 발견하여 진단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는 '절개 생검'을 시행합니다. 그래서, 림프절이 정상인지 또는 '리드-스턴버그 세포'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리드-스턴버그 세포는 하나 이상의 핵을 가지고 있는 '커다란 암성 세포'입니다.
5) 림프종의 종류
암세포의 공격성, 표준치료에 반응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온순형·공격형 림프종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호지킨 림프종은 온순형에 속합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일반적으로 중년 및 노인에서 많이 발생하며, 소아와 청소년에서 발생하는 림프종은 보통 공격형입니다.
다만 뇌·신경·생식기관·골수를 침범한 경우 예후가 매우 나쁩니다. 세포유형과 무관하게 5~10% 정도에서 이 부위를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표준항암제와 함께 신경계통 재발을 막기 위해 척수항암제를 추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림프종은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양과 병리학적 특성 등에 따라 60여개 유형으로 나뉘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매우 다양합니다. 난치성 림프종의 경우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 이식 등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적극적인 치료법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장관·안구에 국한돼 있는 경우 방사선치료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6) 림프종의 예후
림프종의 전체적인 완치율(5년 생존률 기준)은 약 70%. 저위험군은 70~95%, 고위험군은 30~40% 수준입니다. 림프종 환자 300명을 일반 항암제로 치료하면 대략 200명(67%)이 완치됩니다. 100명(33%)은 약이 안 듣거나 재발하는데 이 중 50명에게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를 하면 25명이 반응을 보이고 10명이 완치됩니다. 70%가 완치되고 30%가 사망하는 셈이지요.
7) 림프종의 치료
림프구가 림프절을 따라 전신을 돌아다니는 만큼 대부분의 림프종은 크기에 상관 없이 전신 항암치료를 하는 게 기본입니다. 림프종 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을 차지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항암치료를 거듭할수록 재발률이 높아지고 치료율이 급감합니다. 그래서 특수 면역치료 혹은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방법으로 재치료해 완치율을 40~50% 정도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면역·세포치료도 점차 확대중입니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을 제거하는 치료제가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합해 사용하기도 하고 항암제가 안 듣거나 재발한 환자에게 단독으로 쓰기도 합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리툭시맙과 이브루티닙(임브루비카 캡슐)이 많이 쓰입니다.
최근 치료 동향은 아래 사이트를 참조해 주세요
림프종이 더이상 드문질환이 아니므로, 이 글을 읽은시는 분들도 한번쯤 알아두시는 것이 좋을 것같아 본 포스팅을 작성하였습니다. 허지웅님께서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쾌유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from Dr QL
기사 참조 : https://goo.gl/FYn1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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